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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군내버스 / 조향미:호남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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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군내버스 / 조향미

지린 문제완 | 기사입력 2014/07/05 [06:49]

함양 군내버스 / 조향미

지린 문제완 | 입력 : 2014/07/05 [06:49]
함양 군내버스

조향미


함양 백전 녹색대학 가는 버스는 오십분 간격이다
버스가 떠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일찍 차에 오르니 할머니만 다섯 먼저 타고 계시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노친네들은 서로 거리낌없다
할매는 올해 나이가 몇이오
나는 아직 얼마 안돼요 칠십서이
아직 젊구마 한참 농사짓것네
그래도 오만 데가 아프고 쑤시오 할매는 얼마요
나는 칠십아홉 저 할매하고 동갑이오
칠십 셋은 아직 괜찮소 여섯 넘기면 영 힘에 부치요
손수레와 도리깨를 옆에 준 할머니가 칠십, 제일 젊다
중년 아낙 둘이 상자 보따리를 들고 새로 탔다
저기 뭣이꼬
삼이까
삼은 아인 거 같은데 더 무거버 비는데
젊은 할머니가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새댁이 그기 뭣이요
친정 엄마가 싸주는 거라요
아이고, 추석도 하마 지났는데 친정어마씨가 꼭꼭 챙기놨구마
자식들한테 저래 싸주마 맘이 시원하제
하모요, 오목조목 싸주먼 묵을 놈이 묵으니께 주는 마음 좋고
싸갖고 가먼 어매가 주는 거니께 묵으먼서 좋고 안 그라요
할매는 콩 도리깨를 샀구마 올해는 콩이 질어서 타작 좀 하겄네
콩이 잘 되야제 팥 없이는 살아도 콩 없이는 못 사니께
할머니는 도리깨로 마당 가득 콩타작을 하여
둥글둥글 메주 띄워 간장 된장 청국장 단지 단지 담아
전국 각지 오남매에게 또 오목조목 싸 부칠 것이다
묵을 놈이 묵으니께 주는 마음 시원하제


[저자 소개] 조향미 시인

1641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84년 무크지 『전망』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 있네>, <새의 마음>,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작품 읽기] 문제완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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