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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끝없는 경쟁과 불안으로 몰아넣는 교육현실

호남디지탈뉴스 | 기사입력 2010/09/10 [09:09]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과 불안으로 몰아넣는 교육현실

호남디지탈뉴스 | 입력 : 2010/09/10 [09:09]
통계청이 2009년 우리나라의 자살률과 관련된 통계를 발표했는데,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자살률이 19.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 전반적으로 팍팍했던 삶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 10대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40.7%나 증가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해 10대 자살률이 이렇게 급증한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있어야겠지만 학교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원인을 찾기는 어렵지가 않다. 우리 교육은 기본적으로 ‘대학입시’를 중심에 놓고, 모든 아이들에게 ‘불안’을 주입함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끌어가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너 그러다가 대학 못 간다’ ‘너 공부 안 하다가 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인생이 불행해진다’는 식의 불안의 동기부여화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불안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공부를 못 하는 아이는 못 하기 때문에 힘들고, 잘 하는 아이는 그 성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절대적인 도달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좀 더 잘해야 하기 때문에 끝없는 불안으로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얼마나 힘든 삶인가?

그런데 이러한 불안의 교육은 대학입시를 정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입시와 멀리 떨어질수록 그 강도가 덜했다. 그러기 때문에 대학입시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인성교육도 가능했고, 다양한 진로 탐색과 소질 개발과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 구조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우선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대학입시에 유리한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입시의 병목이 고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중학교와 초등학교 단계의 입시 불안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제고사가 실시되고, 그 성적이 지역과 교육청 단위는 물론이고 학교 단위까지 비교로 나타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에서의 성적 경쟁이 훨씬 강화되었다.

학교는 이러한 비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초등학교 아이들부터 문제풀이 중심의 지식 교육을 더 강화하기 시작했고, 인성이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이나 행사들은 축소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과 공부 외에는 숨 쉴 틈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고, 더 어린 나이부터 반복적인 불안의 동기부여화를 강요받고 있다. 중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주말 등교 등을 강요받고 있다.

교사는 교사대로 힘들어졌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문과 각종 평가, 그리고 학교가 수행해야 할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교사의 본질적인 사역인 수업과 아이들과의 만남과는 조금씩 빗나간 것이었다. 그래서 교사는 학교에 와서 쉴 틈 없이 일을 하지만 정작 그 일로 인해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고,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좋은교사운동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5%의 교사가 학교는 더 바빠지고 획일화되었으며 아이들에게 집중할 시간은 없어졌다고 반응했다. 교사가 바쁘더라도 그 바쁨이 아이들을 위한 바쁨이면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교사들은 공허함을 느끼고 쉽게 지치며 교사로서의 보람을 못 느끼고 있다. 교사들이 행복해하지 않으니 그 영향은 결국 아이들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해 10대 자살률 40.7% 증가라는 이 엄중한 현실 앞에서 우리 교육계는 모두 멈추어 서서 우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하는 것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교육이 다시 붙들고 회복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과부가 이 현실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한다.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책적 의도가 선한 것이니까 무조건 따라오라는 태도를 버리고, 지금 추진하는 정책들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과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교육과 개혁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더욱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면, 왜 그런지 물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지금도 이 학교의 현실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고 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교육계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운동을 하는 단체로서 끊임없이 조여오는 경쟁과 불안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은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바이다.

(사)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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